"서로 위해 죽을 준비돼 있다"…헝가리, 스웨덴 나토 가입 승인

입력 2024-02-27 08:11   수정 2024-02-2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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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었다. 지난달 튀르키예에 이어 헝가리까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승인하면서다.

이로써 NATO는 발트해 거의 모든 지역에 대한 군사 통제권을 확보하면서 세계 최대의 군사 동맹으로 거듭나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낳은 가장 큰 지정학적 변화라는 평가다.
“유럽을 더 강하고 안전하게”
CNN 등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26일(현지시간) 오후 찬성 188표 대 반대 6표로 스웨덴이 NATO의 3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안을 가결했다. 6석을 보유한 극우 정당 ‘우리조국당’(Our Homeland party)을 제외한 모든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비준안은 라슬로 쾨베르 헝가리 대통령 권한대행의 서명을 거쳐 나토 조약 수탁국인 미국에 전달된다. 이후 옌스 스톨텐베르크NATO 사무총장이 초대장을 보내고, 스웨덴이 NATO 설립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 문서를 미 국무부에 제출하면 끝난다. 이르면 오는 3월 1일께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스웨덴은 유럽과 대서양의 안보를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헝가리 정부 대변인인 졸탄 코바치는 “헝가리는 유럽의 안보와 관련해 확정적 권리를 갖고 있다”며 “스웨덴은 NATO에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강력하고 신뢰할 만한 동맹”이라고 알렸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은 “스웨덴의 가입은 우리 모두를 더욱 강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유럽의 맹주’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도 “우리 모두의 승리”라며 “NATO와 유럽, 전 세계의 안보를 강화하는 일”이라고 반응했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의 NATO 가입을 환영한다”며 헝가리 정부에 남은 절차를 신속히 밟을 것을 촉구했다.

2022년 5월 스웨덴이 NATO 가입을 신청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같은 시점에 NATO 가입을 신청한 핀란드는 지난해 4월 31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두 북유럽 국가의 가입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로 시간을 끌었다. NATO는 NATO 헌장상 원칙을 지지하고 준수할 능력이 있는 국가라면 언제든 가입할 수 있게 하는 개방 정책을 채택하고 있지만, 모든 회원국으로부터 만장일치로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NATO 밀어내겠다던 푸틴에 타격
스웨덴과 핀란드의 합류로 NATO는 1991년 소련 붕괴로 동유럽 회원국들을 받아들인 이후 최대 규모로 확장됐다. 무엇보다 유럽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발트해에서 러시아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발트해 중앙에 위치한 스웨덴 고틀란드섬은 러시아로부터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을 보호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거점으로 꼽힌다. 발트해 연안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등은 석유·가스 등 러시아산 에너지의 주요 수출 거점이기도 하다.

러시아와 1340㎞ 길이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의 합류로 러시아 서쪽은 NATO 회원국들로 완전히 포위됐다. 핀란드는 러시아가 자국으로 아프리카 출신 난민을 밀어 넣고 있다며 러시아와 맞댄 국경을 폐쇄한 상태다.



NATO는 헌장 5조에 명시된 집단방위 조약에 따라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NATO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 1814년 노르웨이와의 전쟁 이후 냉전 기간 내내 비동맹·군사중립 노선을 유지해 온 스웨덴은 200여 년 만에 외교 정책의 방향성을 고쳐 잡게 됐다.

스웨덴의 NATO 가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위치한 아우디이우카를 완전히 점령하는 동안 서방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더뎌지는 등 전세는 러시아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위한 예산안이 미 의회에서 표류하는 동안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 압박을 가하며 NATO의 집단방위체제를 위협했다.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서방 세계 분열을 의도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게 된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NATO를 러시아 국경에서 멀리 떨어트려 놓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침공 명분 중 하나가 무력화됐다”며 “서방 세계와 러시아 간 세력 균형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평했다.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동유럽 국가들의 입장 선회는 푸틴 대통령에 큰 정치적 타격이라는 평가다. 유럽에서 친러 성향이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지난주 크리스테르손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헝가리 공군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 14대 외에 4대를 추가로 제공받기로 했다. 스웨덴은 제트기 제조업체인 사브(Saab)가 헝가리에 인공지능(AI) 연구 센터를 세우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당시 오르반 총리는 “우리는 서로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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